april, piano, flute (2021)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상쾌함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피아노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처럼
가볍고 밝게 남아 있기를 바랐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딘가의 풍경을 떠올리며
april, piano, flute (2021)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상쾌함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피아노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처럼
가볍고 밝게 남아 있기를 바랐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딘가의 풍경을 떠올리며
아주 긴 여행이 있었다.
주말 이틀짜리 휴가였다.
정작 떠난 곳에서 머문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떠나고 돌아오는 데만 시간을 몽땅 쓴 여행이었다.
남도는 몇 번 가본 적 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냈던 기억.
화순의 어느 사찰을 발견한 것이 이번 남도행의 발단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건 적당한 명분일 뿐,
나는 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기차로 시작된 여행길은 그 이후로 한 번의 전철,
한 번의 버스를 타고 6시간 만에 목적지에 들어섰다.
버스는 화순 시내부터 산 깊은 곳까지 천천히 오래 달렸다.
버스에서 마음 놓고 졸았다.
눈을 뜨면 처음 보는 사람들 그리고 마을 어귀를 보았다.
몇 차례 더 졸아도, 아무리 달려도 상황은 그대로 흘렀다.
구불구불 마을과 마을로 들어가던 버스,
앞 좌석 맞은편 자리에 비스듬히 낀 ‘220번 주도리’행 표지판,
졸던 사람들,
이름 모를 읍의 논과 밭,
버스 옆에서 유유히 제 갈 길 가는 자전거.
그날 본 풍경들에선 무던하게 자신을 지키는 표정이 있었다.
봄을 앞둔 계절이었다.
혼자 지나친 낯선 풍경.
나는 몸을 둥글게 말고 그 풍경을 모두 끌어안고 싶었다.
손에 꼽을 여행길이었다.
여행길만으로 여행을 기억할 수 있다고 알려준 여행이다.
누군가 음악의 사명 대해 ‘묘사’가 아니면 ‘환기’라 말한 적 있던가.
만약, 묘사도 아니고 환기도 아니라면.
봄과 피아노와 플루트가 담담히 자신을 노래할 때,
나는 풍경을 그리고 떠올리며 4월의 거길 상상한다.
이번에는 창문을 열고 얼굴로 불어오는 미풍을 맞는다.
공기처럼 자유롭고 가벼운 시간이 연장된다.
글_배단비 @danbeebae
아트웍_강주성 @joosung.kang